만년필 리뷰.(2021/12/14)

 

내가 써본 트위스비 에코는 두 자루다.

TWSBI ECO-T Clear(EF)/TWSBI ECO White(F).

앞의 친구가 에코 화이트, 뒤의 친구가 에코T 클리어.

에코T클리어는 중고로 들였고, 화이트 친구는 신품으로 들였다.

 

1.에코-T 클리어(EF)

처음으로 들인 트위스비 에코. 사실 이걸 구매할 때까지만 해도 에코와 에코T의 차이를 모르는 채, 그냥 새 만년필을 들이고 싶다는 마음에 거래했다. 5만원 가까이 하는 만년필을 중고가로 3만원 정도에 들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들인지 약 반 년보다 더 지난 지금 되돌아보면 이 만년필을 왜 그렇게까지 싸게 처분하셨는지 의아하다. 전혀 이상이 없고 멀쩡한 만년필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가 참 운이 좋았던 거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여튼, 이 만년필은 EF닙이다. 가장 가는 닙. 이 만년필을 들이기 전에 내가 쓰던 만년필은 카쿠노 F와 라미 사파리 화이트&비스타 EF였다. 카쿠노 F는 저가형이지만 일제답게 굉장한 세필이었고, 라미 사파리의 경우엔 EF임에도 다소 두껍게 나오는 편이었다. 트위스비 EF는 그 중간 정도 되는 굵기였다. 너무 굵지도 가늘지도 않은 펜 선 두께에 꽤나 만족하며 쓰고 있다. 필기감은 살짝 사각이는 편이다. 이 만년필로 다이소 루즈리프 리필지, 양지다이어리, 어프로치 노트 프로를 써 봤는데 역시 세필이어서인지 셋 모두에서 살짝 사각이는 필기감을 보여주었다. 굉장히 미끄러운 편인 양지다이어리에서 제일 많이 미끄러졌다. 흐름이 콸콸은 아니라서 미끄러운 양지다이어리 위에서는 간혹 헛발질도 나오는 모습을 보였다. 어프로치 노트 프로에서는 사각이면서도 단단한 필기감을 보여주었다. 어프로치 노트 프로를 산 뒤로는 쭉 이 노트를 메인으로 사용하고 있기에 이 노트에 적응된 필기감이 내겐 제일 익숙하다.

겉모습은 굉장히 예쁘다. 에코T의 특성대로 둥근 형태의 삼각형 뚜껑이 특징이다. 만년필 자체만 두고 보면 이게 뭐가 예쁜가, 할 수 있겠지만 이 펜의 진가는 배럴에 잉크를 채워넣었을 때 나타난다. 투명하다보니 피스톤필러 배럴에 잉크를 채우면 찰랑이는 잉크가 보이고, 이게 상당히 예쁘며 보는 재미가 있다.

 

2. 에코 화이트(F)

위에서 대부분의 이야기를 했으니 이 항목은 짧게 써보겠다. 이친구는 아예 신품 만년필을 들이고 싶다는 욕구에서 들이기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5만원이 적은 돈은 아니니까, 많이 고민했는데 어쩌다보니 여건이 되어 구매하였다.

외관상으로 이친구도 참 예쁘다. 흰색 뚜껑이다보니 무슨 색 잉크를 넣어도 잘 어울린다. 캡에는 내 이입형 캐릭터 이름인 Calliope를 각인해두었다. 캐릭터 테마 만년필 굿즈인 셈이다. 피스톤필러 투명배럴에 대해서는 위에서 설명했으니 생략하겠다.

이 친구는 F닙이다. 위의 EF보다 한 단계 두꺼운 닙이다. 그래서인지 EF보단 덜 사각이는 편이다. 그래서 오히려 마음에 든다. 지금 현재 가장 자주 쓰는 만년필을 고르라면 나는 이 에코 화이트 F닙을 고를 정도로, 필기감이 준수해서 자주 쓰는 펜이다. 단단하면서도 조금 부드러운 편인 필기감을 보여준다.

 

*리뷰 및 추천

트위스비 에코의 큰 장점 중 하나는 피스톤필러의 잉크 저장량이 상당하다는 것이다. 처음 샀을 때 이로시주쿠 키리사메(안개비)잉크를 가득 채워둔 상태로 양도받았는데, 그 잉크 다 쓰는 데에 한 달이 넘게 걸렸다. 매일 글을 썼는데도 말이다. 잉크를 꽉 채우면 정말 질릴 때까지 그 잉크만 쓰게 될 정도로, 한 번에 들어가는 잉크 양이 많다. 필기량이 많은 사람에게는 아주 큰 메리트다. 잉크를 자주 갈지 않아도 된다는 거니까.

몸체도 그리 무겁지 않고, 필기감도 준수하다. 다만 대형기에 속해 손이 너무 작은 사람에게는 다소 안 맞을 수도 있겠다. 나도 손이 작은 편이지만, 내 손에는 그래도 잘 맞는 편이긴 했다. 가격도 나쁘지 않다. 5만원이면 가벼운 돈은 아니지만 만년필 치고는 저렴한 금액이라는 걸 만년필 쓰는 사람들은 대부분 알 것이다. 개인적으로 입문용으로 라미 사파리를 사는것보다는 돈을 조금 더 들여서 트위스비 에코를 살 것을 권하고 싶다. 잉크에 따라 다르지만 흐름도 좋고, 닙뽑기 확률도 적은 편이기에 적극 추천한다.

라미 사파리의 이야기가 나온 김에 내가 라미 사파리와 트위스비 에코를 모두 써 보고 제일 크게 느낀 차이점을 말해보겠다. 바로 '닙마름'이다. 라미 사파리는 며칠간 만년필을 사용하지 않으면 잉크가 졸아들면서 피드에 잉크가 눌어붙어버리고 잘 나오지 않게 된다. 하지만 트위스비 에코는 내가 몇 달간 이걸 쓰며 한 번도 그런 적이 없었다.

 

결론을 내자면, 입문용 만년필로 정말 적절한 만년필이라고 생각한다.

준수한 성능, 예쁜 디자인, 좋은 필기감까지 처음 만년필을 사용하는 사람도 실사용을 중심으로 하는 라이트 유저도(나같은) 아주 즐겁게 쓸 수 있는 만년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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